특허 경영 전략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인 엠피맨
1996년 당시 전 세계에 존재하지도 않았고, 아무도 만든 적 없던
MP3 플레이어가 개발되었다.
이전에는 자기테이프 형식으로 음악을 듣던 때였으므로 메모리를 이용해
음악을 길을 걸어가면서 듣는 것은 새로운 아이디어였다.
황정엽 사장은 당시 컴퓨터 엔지니어에게는 베스트 직장 1순위로 꼽히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뛰쳐나와 96년말 ‘단순히 소프트웨어를 한글화하는 대신 첨단제품을 직접 만들겠다.’며
친구들끼리 5천만원을 모아 벤처기업을 만들었다.
당시 유행하던 인터넷 푸시(Push)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서서 1년만에 제품 개발에
성공하였으나 경쟁자가 워낙 많아 팔 수 없었다.
그래서 남들이 하지 않은 독창적인 아이템으로 승부를 보고자 ‘디지털 캐스트’라는
회사에서 세계 최초로 MP3 player를 개발하였다.
당시 초기 개발자는 황정하 사장, 심영철씨(아이리버 펀케익 개발자)였다.
디지털 캐스트는 우수한 기술이 있었지만, 당시 개발에 무리하게 자본을 투자 하여
이를 양산화하기 위한 자금 부족에 시달리게 되었다.
결국 1997년 새한 미디어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게 된다.
이 체결로 인해 디지털 캐스트는 새한미디어가 사업가능성 평가와 생산,
마케팅 판매를 하게되어 부담이 많이 줄었지만, 특허권이 50%씩 갈라져서
문광수 사장(새한 미디어)와 황정하 사장(디지털 캐스트)이름을 따서
문-황 특허(Moon-Hwang Patent)가 나오게 되었다.
이후 새한미디어는 마케팅에서 마치 자기회사가 개발한 것처럼 홍보함으로써
개발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최초 개발자인 것처럼 대중들에게 보이게 되었다.
동시에 새한 미디어는 회사명을 엠피맨으로 바꿔버려서 회사 이미지를 MP3 개발자로
보이게 하였다.
엠피맨은 세계 최초의 상용 MP3 플레이어 ‘MPMan F10’ 출시하게 된다.
이러한 모습을 볼 수 밖에 없었던 디지털 캐스트는 결국 경영 악화와 감정적 문제로
엠피맨과 결별을 하게된다.
암울한 상황에 처한 디지털 캐스트는
미국 다이아몬드 멀티미디어(한인 1세대 – 이종문 회장)의 인수제의를 받아들이게 되고,
이 과정에서 mp3 player 특허 50%가 미국으로 넘어간다.
이후 미국 다이아몬드 사는 MP3 플레이어인 ‘Rio’는 미국 시장을 90% 점유할 정도로
성공적이었으나, 애플의 I-pod에 의해 추격당하게 되어 다이아몬드사는 SonicBlue에 의해
매각되었고, 이 특허는 SonicBlue로 넘어가지만 SonicBlue 역시 경영상태가 악화되어
일본계 기업 D·M Holdings에 매각된다.
미국으로 건너간 50% 특허는 다이아몬드 멀티미디어에서 SonicBlue으로,
SonicBlue에서 D·M Holdings로 넘어간 것이다.
한편, 엠피맨(구 새한미디어)은 국내사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었다.
2001년 초 국내에서 원천기술인 ‘엠피이지(MPEG) 방식을 이용한
휴대용 음향 재생장치 및 방법’ 특허가 등록된 이후 국내외에서 관련 특허들이
하나둘씩 등록되기 시작하였고, 특허전쟁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최초 개발 특허를 갖고 있는 엠피맨은 경쟁사들을 상대로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과 동시에
로열티 협상을 요구하여 특허 공세를 강화했다.
경쟁사들은 한국 포터블 오디오 협회(KPAC·Korea Portable AudioConsortium)를
중심으로 뭉쳐 엠피맨닷컴 특허의 권리범위가 너무 넓다고 공격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특허심판원이 해당 특허를 무효라고 판결하는 비율이 70%에 육박하였다.
당시 특허에 대한 국내인식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이러한 무효주장과 판결은 결국 엠피맨 스스로 정정심판을 통해 특허 권리범위를
축소하게 되었고, 무리한 특허소송비용과 개발비용은 경영 악화를 불러 일으켜서
레인콤에 인수하게된다.
레인콤은 ‘아이리버’ 브랜드로 한동안 국내시장을 점유하고 있었지만,
해외에서 밀려오는 애플의 아이팟 셔플과 아이팟 나노에 의해
점차 잠식당하기 시작하였고,
후발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으로 압박을 해오자 결국 MP3 플레이어 특허를
미국 텍사스의 칩셋 제조업체인 시그마텔(SigmaTel)에 매각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나머지 50% 특허가 새한미디어에서 레인콤으로 레인콤에서 시그마텔로
넘어가게 된다.
시그마텔은 이 특허만이 아니라 일본계 기업 D·M Holdings의
특허(최초MP3 플레이어의 50% 특허)역시 가져와 MP3 Player 특허를 모두 가져오게 된다.
완전해진 이 특허는 시그마텔이 텍사스 MP3 테크놀로지스(TMT·Texas MP3 Technologies)로
팔아버린다.
텍사스 MP3 테크놀로지스는 자체적으로 제품을 생산하지 않고 특허를 매입,
보유함으로써 발생하는 로열티를 수입으로 운영되는 회사로 공장도 사무실도 없는
전형적인 특허관리회사이다.
변호사 5명이 소유하고 있고, MP3 플레이어 소송을 대리한
로펌 매쿨 스미스(McKool Smith)와 사무실 주소가 동일해
‘특허 변호사 괴물(Patent Lawyer Troll)’이라 불린다.
Texas MP3 Technologies는 2007년 2월 삼성전자와 애플, 샌디스크를 상대로
텍사스 동부 연방지방법원에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였지만,
나중에 취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국내기업이 특허괴물회사와 특허료지불에 대한
합의가 있었던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엠피맨닷컴은 여러 가지 문제를 갖고 있었다.
2000년 당시 엠피맨닷컴은 한국ᆞ일본 유수 벤처캐피털에서 액면가 23배로
80억원의 자본금을 받을 정도로 유명했다.
이는 곧 화를 불러왔는데, 기업이 기술로 인해 많은 자본을 끌어온 것을 확대해석하여
경영관점을 제품의 생산, 판매 등 전반적인 면이 아니라,
기술개발에만 전념하도록 하는 실수를 한 것이다.
게다가 개발된 기술이 미래에 사용되어야 수익이 창출되는 것임에도 수익창출 없이
기술 분야에 투자는 계속하였다.
개발된 기술을 보면 데이터플레이어, 클릭디스크, FM라디오ᆞ보이스레코더 내장
MP3플레이어, HDD형 MP3플레이어 등이 있는데, 대부분의 기술은 시장에 출시도 못한 채
사장되었고, 그나마 일부 기술 (데이터플레이어, 클릭디스크) 은 몇 년이 지나야
수익 창출로 이어질 수 있는 기술이었다.
회사는 매년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지만, 무리한 기술개발비로 인해
자본금을 잠식하게되었고, 시대에 맞지 않는 기술로 인해 자금회수에
굉장한 어려움이 생기게 되었다.
엠피맨닷컴의 라이벌이었던 디지털웨이는 기술개발보다 제품의 디자인 중심으로
사업 방향을 바꾸었고, 이것이 효과적으로 작용하였다.
즉 기술개발보다 디자인을 선택해서 엠피맨닷컴의 약점을 잘 파악한 것이다.
그러나 엠피맨닷컴은 이 당시에도 기술주의적 입장이 강해서 사업 전략에 디자인은
고려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후발주자들에 의해 점유율을 빼앗겨서
우수한 기술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사장되었다.
엠피맨닷컴은 사업 전략적 측면에서도 실수를 하였지만,
무엇보다 특허에 대한 보호제도가 불완전한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기업의
사냥감이 되기 쉬웠다.
물론 엠피맨닷컴은 MP3플레이어 원천기술에 관한 한국 특허를 2001년,
중국ᆞ미국 특허를 2003년 획득했지만 한 번도 제대로 된 로열티를 받지 못했다.
로열티 수익을 기대하고 투자했던 기술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진 것이다.
예상과 다르게 수익보다 특허소송으로 상당한 비용이 발생하였고,
관련 업체들로부터 집중공격을 받는 등 여러 상황이 복합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하였다.
기술개발이 기업의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지만, 무리한 기술 투자는 자칫 잘못하면
기업의 자금 회수 기간이 매우 길어져서 기업 내에서의 자본의 흐름이 끊어져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의 흐름을 잘 파악하여, 맹목적인 기술 개발을 하지 않고 기술 투자에
강.약을 조절하여 적절히 대처해야한다.
그러나 엠피맨닷컴은 당시 최초 기술이었던 MP3 player 기술로 인해
기술주의적인 경향이 강했다.
게다가 그 기술을 외부에서 높게 평가하는 바람에 사업 전략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기 힘들었을 것이다.
물론 삼성전자와 같이 거대한 대기업의 경우 자본금이 많기 때문에 기술투자에 대한
위험도가 중소기업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기술개발의 범위를 몇 년 후에 상용화할 기술까지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경우 자본금이 많지 않고,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기술투자에 대한
조절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엠피맨닷컴은 기술에 대한 투자 때문에 기술로 이익을 창출하려는 고정관념이 강했다.
반면 다른 후발주자들은 기술력으로 엠피맨닷컴을 이길 가능성이 없기에,
다른 쪽으로 공략을 시도했다.
기술이 좋으면 그 제품은 잘 팔리지만, 무엇보다 기업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해당 기업의 제품을 사야하는 것이다.
새 기술이 개발되면 초기 시장에는 어느 정도 기술자체만으로도 효과가 있어 잘 팔리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장이 원하는 방향이 시시각각 바뀌게 된다.
MP3 Player의 경우 사용자들이 초기에는 단순한 기계로만 보았지만 나중에는
액세서리 개념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당시 엠피맨은 그런 트렌드를 잘 읽었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고,
굳은 사고방식으로 기업을 경영하였기에 도태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애플의 경우는 시장의 흐름을 잘 읽어 디자인과 기술을 모두 충족한 ipod으로
전 세계를 휩쓸었다.
엠피맨닷컴은 기업 스스로가 잘못된 경영방식으로 망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특허에 대한 국내 인식 또한 한 몫 했다고 할 수 있다.
당시경쟁사들은 한국포터블오디오협회(KPAC·Korea Portable AudioConsortium)를
중심으로 뭉쳐 엠피맨닷컴 특허의 권리범위가 너무 넓다고 공격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특허심판원이 해당 특허를 무효라고 판결하는 비율이 70%에 육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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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청구범위 설계가 미진하여 강한특허로 출원되지 못한 점,
국내 특허의 높은 무효율과 낮은 손해배상액으로 인해 국내 경쟁업체들이
특허침해에 대한 부담이 낮아 쉽게 시장진입을 할 수 있었던 점은
엠피맨닷컴의 특허를 취약하게 만들었다.
반면 미국과 유럽에 등록될 때에는 청구범위가 잘 설계되어 무효주장에
강한 특허로 등록되어 방어가 잘 되어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엠피맨닷컴은 특허 경영에서 실패한 사례로 남아있다.
세계 최초로 MP3를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해 실패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는 기술집약적 기업들이 연구개발시 맹목적인 기술개발주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부분에 유의하여 기술개발과 특허경영을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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